오픈 테이블

생태적 관점에서 디엠지 국제평화지대를 조성하려면?

  • 경도현
  • 2020-10-12
  • 조회 37,485
모집 2020-10-12~2020-10-14 마감
일시 2020-10-15 (16시 :00분 ~ 18시:00분)
대상 디엠지에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자 목록
korea-4927034_1920.jpg

비즈니스 아이디어 컨퍼런스

과거 서독과 동독은 국가 조약과 통일 조약을 거쳐서 통일을 이루었고, 이 과정에서 환경기본법의 제정을 통하여 서독의 환경법을 동독에 적용하는 기초를 놓았습니다. 이 법의 제정과 집행을 통해 동서독의 공무원과 법학자들을 중심으로 환경법 및 행정조직 연구 그룹을 합동환경위원회 산하에 설치하였습니다.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통일 전부터 동서독 간에 환경 보호를 위한 협상을 하고 환경과학기술의 협력, 핵 발전에 관한 상호 정보 공개, 환경 보호와 자연 보호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 합의한 부분에,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국제적으로 환경 협력을 통해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시도한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환경과 평화를 연계시킨 평화공원, 공유하천 및 수자원 공동 관리, 대기오염 협력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접경지역의 환경보전 사례인 평화공원은 한반도 환경 협력 추진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 생태 네트워크 사례는 분단국의 접경 지역 환경 협력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됩니다. 1971년 서독정부는 낙후된 서독 접경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접경지역지원법을 제정하여, 세제 혜택, 공공사업 우선 발주, 기간시설 개발 등의 지원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통일 직후 독일 정부는 30년 간 인간 이용이 제한되어 우수한 생태계 지역으로 변모한 접경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녹색 띠를 의미하는 그뤼네스 반트 사업에 착수하였는데, 이 사업은 민간 환경단체인 분트가 정부 지원을 받아 주도하였습니다. 그뤼네스 반트는 총연장 1,393, 총면적 17,656hc에 이르며, 9개 주정부와 38개 군, 2개 광역시에 걸쳐 있습니다. 그뤼네스 반트 자체는 좁은 띠 형태이지만 엘베강 생물권 보전 지역, 하르츠 국립공원, 론 생물권 보전 지역 등 150개 보호 지역을 연결하는 국가 생태 네트워크이며, 600여 종 이상의 국가 위기 희귀종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과거 분단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대부분 군사시설이 통일 직후 철거되었지만 일부 남아있는 정찰로, 감시탑 등은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뤼네스 반트는 접경 지역의 생태자원이 훼손되지 않고 보전되어 유럽 그린벨트로 확대 및 발전한 사례입니다. 특히 주정부, 지자체, 민간환경단체 소유의 토지 비율이 증가하여 장기적으로 보전되었고, 활용될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주정부는 보전, 경관 관리, 복원, 교육, 홍보 등을 추진하였고, 이 사업을 주도하였던 환경단체 분트는 초록주식이라는 시민 기부 사업을 통해 사유지를 사들이고 관리와 교육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우리 DMZ는 휴전협정이 조인된 이후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되어 자연 상태로 보존이 되고 있는 관계로 독특한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태계의 보존도 양호한 지역입니다. 그 자체로 보존 및 생태계 서비스를 위한 활용 가치가 큰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휴전선을 마주하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므로 이 지역을 통하여 자연보호와 평화유지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지역입니다. 저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생태적 관점에서의 DMZ 국제평화지대 조성 방안 연구라는 박사 학위 논문을 작성할 것입니다.

DMZ는 행정구역상 남쪽으로는 경기도의 강화와 김포, 연천, 파주, 강원도의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군 등 9개의 시와 군을 관통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황해도의 백천, 연안, 청단, 개성지구의 장풍, 판문, 개풍, 강원도의 철원, 평강, 김화, 창도, 금강, 고성 등 1지구 2개도 12개 군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의 경우, DMZ의 끝인 남방한계선으로부터 5~20범위에 걸쳐서 군사 목적상 민간인의 자유로운 출입을 통제하는 민통선을 두고 있는데, 그 면적은 무려 1,528에 해당할 정도입니다. 이곳의 면적은 경기도의 3배 이상이고, 강원도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로서 매우 넓습니다.

주지하듯, DMZ는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를 상징하는 지역입니다. 그간 DMZ의 환경을 보존하고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남한의 갖은 노력이 계속되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에 기인합니다. 우선 국제기구를 이용한 DMZ의 환경평화적 이용 방안은 북한의 강한 반대로 목표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되어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DMZ 군사안보적 측면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해왔으며, DMZ 및 북한 내부의 비군사적인 이용 논의는 즉각적인 반발을 가져왔습니다. 또한 이러한 시도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충분한 실효성을 지니지 못하고 논의 및 제안 수준에만 머물렀고, 이에 대한 범정부적 추진력을 충분히 받지 못했습니다. 한반도 생태환경 이슈들과 DMZ 문제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높이 않은 상태에서, 민감성을 지닌 사업 추진에 있어 충분한 국제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DMZ의 생태, 경관, 문화적 가치를 생각해 볼 때 향후 보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시작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최근 UN에서 ‘DMZ 국제평화지대구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과 남북과 북미의 대화 흐름은 그간 간헐적으로 추진되어 온 DMZ 보전과 이용이 상시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DMZ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합니다. 사태 추이에 따라서, 개발 마인드의 기업과 관료는 남북교류 활성화와 도로 및 철도 노선 확충, DMZ 인근 개성공단의 확장 등 다양한 소재를 중심으로 각종 개발을 추진하고자 할 것입니다. 부동산투기꾼들은 그들대로 개발로 인해 얻는 지가 상승을 염두에 두면서 분주히 땅 거래를 추진할 것이고, 주민들은 대체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지역의 땅을 해제하도록 요구하면서 산림과 농지를 공단이나 상업용지로 바꾸는 일에도 나설 것입니다. 이에 반해 DMZ 보호에 주목하고 있는 환경 NGO와 환경부 등은 최대한 보전 방안을 찾고자 할 것입니다. 이때 보호의 방안으로 DMZ와 일부 인접지역을 국립공원이나 세계평화공원, 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나 복합유산으로 보호하는 것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개발과 보전의 어느 경우이든 DMZ 관광도 제기될 것이 확실합니다.

저는 DMZ와 이와 직접 연계된 생태계, 그리고 그곳에 깃든 역사문화의 유산이 최대한 온전하게 보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핵심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현재 남북한 지역의 대부분이 개발로 인해 생태계 훼손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상태에서 다양하면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품고 있는 이곳의 생태적 가치에 비추어서 자연적 진화가 스스로 진행되도록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계 어떤 지역과도 비교해볼 때 DMZ는 이념적인 세계 냉전시대의 역사성을 간직한 분단과 전쟁의 무대이면서 또한 평화적 휴전의 빛이 스며든 곳이므로,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이곳에 깃든 세계사적인 역사문화의 가치를 존중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요인을 함께 아우른 생태평화의 시각에서 DMZ는 보전되어야 합니다.